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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0월 6일 일요일 오전, 하루 밤을 엎치락 뒤치락, 자다 깨다 하며 흥분 속에 보내고 아침이 되자 사실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우리 팬클럽을 무이찌에 에게 확실히 인식 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나는 물 한컵도 제대로 마실 수가 없었다. 아직 무이찌에의 생일 파티장으로 가는 배를 타려면 시간이 남았으므로 선착장인 상환역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나름대로 크게 웃으며 약간은 과장된 행동으로 스스로의 긴장을 달래 보려고 노력을 했다. 무이찌에 앞에 서서 너무나 긴장을 한 나머지 실수하면 안되니까 마음을 가다듬고 할 말을 미리 생각하며..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긴장되고 초조한 순간은 없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자 우리는 홍콩 해관을 지나 무이찌에의 홍콩 팬들이 가득 몰려 있는 승강장으로 향했다. 200여명 가까이 되는 홍콩의 골수 팬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에는 아매의 머리 스타일을 흉내낸 말레이시아 화교를 비롯해 정말 눈에 뛰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의 붉은 티는 200여명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눈에 뛰는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홍콩 해관원의 친절한 안내와 홍콩 팬들의 호기심 어린 눈을 뒤로 하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절대다수인 홍콩 팬들은 배 안을 휘어잡은 채 쉴새 없이 떠들었고( 너무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 배 안에는 일반 승객도 있었으므로 주착없이 떠들어 대는 예의 없는 그들을 향해 눈총을 던지기도 했다. 그들의 예의 없는 태도에 상당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절대 다수인 그들 사이에서 우리 4명의 한국팬들이 무이찌에의 눈에 띄기나 할 까라는 약간은 절망적인 생각이 들면서 다시 마음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마카오의 해관을 통과하고 밖으로 나오니 무이찌에의 생일 파티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이찌에의 홍콩 팬 들 중에서 우리가 한국에서 온 팬들임을 눈치 챈 한 여성이 다가와 우리에게 이 차를 타야만이 갈 수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목적지인 마카오 타워에 도착하니 <매염방 생일 파티장> 이라는 글귀가 우리를 반겨주고 우리는 파티장인 4층으로 올라가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앉을 테이블 번호를 확인하고 무대에서 맨 끝인 사실을 알고 약간을 절망했지만 우리는 불굴의 한국인이 아닌가.

파티장안에는 안전요원들과 파티를 준비하는 요원들로 가득했고 그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진행 요원에게 우리가 준비해간 플랫카드를 행사장 벽에다가 걸어도 되겠느냐고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끝날 때 떼어 가기만 한다면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대답에 환호를 지르며 우리는 무이찌에가 설 무대 건너편 정 중앙에 노란색에 붉은 글귀로 <梅艶芳 韓國 歌迷會(매염방 한국 가미회)>라고적인 플랜 카드를 걸었다. 우리의 키가 작은 고로 무이찌에가 볼 수 있게 높이 걸었던 고로 사실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우리가 붙힌 플랜 카드를 보고 진행 요원들과 안전 요원들은 우리의 뒤에서 자기들 끼리 소곤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왔다. 무이찌에 한국 팬클럽이 왔네." 우리의 존재를 환영하고 반겨 주는 그들의 태도에 뿌듯함을 느끼며 잠시 나마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때 즈음 캐주얼한 복장의 여자 둘이서 파티 장으로 들어 왔다. 내부를 잠시 둘러보던 그들은 우리를 확인하고 곧 바로 안전 요원에게 한 소리를 하는 분위기 였다. 광동어를 못 알아듣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왜 팬들을 들여보냈느냐는 이야기 같았다. 잠시 존재에 위기를 느끼고 짐을 주섬주섬 챙겨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그 여자가 다가 왔다. 그녀는 바로 무이찌에의 수석 보조였는데 무이찌에가 곧 이곳을 돌아보려고 올테니 미안하지만 나가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나는 북경어로 미안하다고 지금 나가겠다고 했고 그 여자 역시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밖으로 나와 얼마를 기다렸을 까 갑자기 홍콩 팬들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약 10여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무이찌에가 파티장을 돌아보고 나와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떨결에 같이 환호성을 지르자 무이찌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곤 우리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그녀가 아래로 내려가 버리자 홍콩 골수 팬들은 덩달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너나 없이 달려 갔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국인의 끈질긴 근성을 발휘 파티장 문을 사수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이제나 저제나 아매가 올까 기다리고 있었다. 한 10여분이 지나자 정말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매가 나타났다. 마치 벽을 뚫고 나타난 듯 순십간이였고 아매는 무대에 설 준비를 하기 위해 준비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큰소리로 소리쳤다. "무이찌에!! 생일 축하 드립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생일 축하 드립니다!!" 올라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무이찌에가 사라지고 우리는 파티장 문을 죽어라 사수하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었는지 서로 감탄을 하였다. 무이찌에가 곧 올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우리는 다시 파티장 문을 끈질기게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불현듯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파티장 벽에 달려 있는 우리의 플랜 카드를 떼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운영진 중 한 명을 파티장 안으로 급파했다. 잠시 후 그녀가 돌아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 빨리와봐! 우리꺼 떼고 있어. 」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나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우리의 팬클럽 플랜카드를 이유없이 떼어버린 거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달려 들어갔다. 아니다 다를까 한 여자가 사다리를 놓고 우리가 죽을힘을 다해 붙혀 놓은 것을 떼어버린 것이 아닌가. 「 그거 우리 꺼예요. 왜 떼는 겁니까 . 우린 허가를 받고 붙힌 거라고요. 」 그 여자 역시 행사 요원 중에 하나 였는데 내 말을 듣더니 곧 사다리에서 내려 왔다. 「 홍콩 국제 팬클럽 회장인 셀리나 소에게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뗄 수 밖에 없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붙히고 싶으시면 셀리나에게 가서 말씀하시면 허락할 겁니다. 죄송합니다. 」 아쉬웠지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간에 그들 나름대로 법칙이 있을 것 아닌가. 아쉬움을 달래며 플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다리가 무척이나 아팠지만 그래도 파티장 앞에 서서 끝까지 문을 지켰다. 기회라는 것이 쉽게 오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번에 무이찌에에게 한국 팬들이 얼마나 많고 열성적인지 확실하게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쫄쫄 굶고 몇시간째 서 있는 우리를 끝까지 견디게 만들었다. 나는 영아를 데리고 무이찌에가 나타나면 플랜 카드를 펼쳐야 한다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 하나, 둘, 셋 하면 펼치는 거야. 」 수도 없이 연습을 하자 주위에 서 있던 각국의 팬들이 우리를 재미있다는 듯이 그리고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기자들이 잔뜩 나타났다. 파티 장으로 들어 가던 그들은 플랜카드를 들고 붉은티로 맞춰 입은 우리를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다. 하늘이 주신 기회를 포착한 우리는 아까의 연습 동작에 맞춰 일사 분란하게 플랜 카드를 펼쳐들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무이찌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왔어여. 무이찌에 생일 축하합니다. 」 무이찌에의 생일에 한국 팬들이 방문한 일은 처음 이었던 만큼 또 지금 홍콩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우리의 존재는 모두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참 사진 찍힘을 당하고 방송국 카메라가 사진을 찍어 데고......... 약 10분 정도 지나가 무이찌가 준비실을 나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파티장으로 향했다. 그 길목을 지키고 섰던 우리는 다시 연습 동작에 맞춰 플랜 카드를 들고 외쳤다. 나는 마카오 타워를 날려 버릴 정도의 큰 소리를 말했다. "무이찌에!!! 생일 축하해요!!! 우리는 한국 팬클럽에서 왔습니다!!! 무이찌에!!! 생일 축하해요!!" 나의 외침과 플랜 카드를 본 아매는 우리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 때의 그 기쁨과 감동!!! 나는 아직 평생 이런 감동은 처음이었다.



오후 5시 40분, 다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생각 같아선 주저앉고 싶었지만 문 앞을 사수하다가 문이 열리는 그 순간 안으로 튀어 들어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리는 꾹 참고 참았다. 잠시후 드디어 문이 열렸고 늘 서로간의 몸싸움에 익숙해 있었던 우리 한국인들은 좋은 고지를 확보 한 후 성공적으로 지정된 자리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아매가 올까나..... 넋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매의 보조로 보이는 사람이 무대위로 올라와 광동어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순서의 진행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으나 북경어 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감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무대아래 잔뜩 진치고 있던 기자들은 팬들이 하나 둘 입장하자 플래쉬를 터트리며 취재를 시작했다. 우리가 누구인가.... 멀리 한국에서 땡빚을 내가며 온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그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영아와 나는 아까 연습과 실전을 통해 충분히 숙지한 플랜카드 펴기 동작에 들어갔다. 정말 1초도 안걸릴 만큼 순쉽간에 카드를 펼쳐들자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고 우리 쪽으로 돌진! 취재를 시작했다. 「 생일 축하합니다!!!! 무이찌에!!! 사랑해여!!!! 우리는 한국 팬클럽 대표입니다!!!! 」 잠시동안 이었지만 우리는 충분히 PR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결국 우리가 TVB 뉴스에 나는 거대한 사건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무이찌에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까 무대 위에서 진행을 설명하던 보조가 내려와 우리에게 다가왔다. 필시 광동어 못알아 듣고 남들 다 음식 떠다가 먹고 있는데 멀뚱히 앉아 있는 우리를 구조하러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뷔페식으로 팬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다. ) 사실 난 그 때까지 무이찌에가 오면 큰 소리로 한국 팬클럽을 알리고 설명을 할 생각으로 남들이 음식을 가져다 먹던 말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다가와 북경어로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먹고 있으면 잠시 후 무이찌에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을 하였다. 나는 「 감사합니다. 」 라는 말과 함께 접시를 들고 낼름 음식이 가득 쌓여 있는 식탁 앞으로 갔다. 먹음직스러운 것은 많아 보였으나 긴장과 초조감에 휩싸여 신경을 바짝 쓰고 있었으므로 한 입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속에서 거부했지만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비교적 칼로리가 높은 고기 종류의 음식을 몇 조각 가져왔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던 그 와중에 홍콩의 기자들은 다시 우리 테이블로와 카메라를 들이댔다. 분명 방송국 카메라였으므로 다시 플랜 카드를 펼쳐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우리가 앉은 20번 탁자에는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홍콩 팬들도 있었으므로 잠시 자중을 하기로 했다. ( 이 장면 역시 TVB에 보도가 되었다. )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겉날리고 얼마를 앉아 있었을 까 환호성과 함께 무이찌에가 입장하였다. 의자에 늘어져 있던 나는 코브라처럼 몸을 일으켜 플랜 카드를 들고 냅따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 먼저 가서 바닦에 진치고 앉아 있던 홍콩 팬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나 생일회 참석이 처음 이었던 우리는 게다가 광동어도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무대로 달려나가지 못했고 맨 앞줄, 즉 로얄석을 놓치고 말았다. 잠시의 후회도 잠깐, 우리가 누구인가. 한국인 아닌가. 의자를 가져다 젭싸게 올라선 후 플랜 카드를 펼쳤다. 무이찌에는 소원을 빌고 케익의 초를 불었다. 우리는 엄청난 성량으로 환호성을 외쳤고 잠시 후 모두다 찰칵 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기자들이 퇴장하고 무이찌에도 잠시 무대 뒤로 사라졌다. 순서는 정확히 몰랐으나 정황으로 봐서는 지금의 무대 앞 자리 비록 쪼그려 앉은 자리지만 사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진을 치고 있었다. 잠시 후 무이찌에가 다시 나왔다. 그녀는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벗어 보조에게 주고 본격적으로 팬들과 시간을 보내려 준비를 하였다. 홍콩 팬들은 「 무이찌에!! 」를 외치며 「 사랑해요!! 」를 광동어로 외쳤다. 우리가 누구인가. 한 목소리들 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우리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 사랑해요!! 매염방!! 」 물론 한국어로 말이다. 다들 광동어로 떠들어 대는 그 와중에서 한국어는 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외치자 아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그리고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에 질세라 우리는 엄청난 기세로 환호성 질렀다. 비록 4명이였지만 홍콩 팬 200명 보다 훨씬 더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팬들과 함께 하는 게임이 준비되었다. 번호를 추첨하여 걸리는 10명과 무이찌에가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다. 게임은 이름하여 「 자리뺐기 」. 그 열명 중에 우리 한국 팬은 한명도 선발되지 못했다. 못내 아쉬움을 다지며.... 한편으론 무이찌에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며....



음악이 흐르다 멈추면 잽싸게 의자에 앉은 게임이었는데 정말 재미있었고 무이찌에의 순발력과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어찌나 자리를 잘 차지하는지 한국의 전철에 원정을 나와도 무방할 정도 였다. 게임의 승자는 아매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그녀의 사인까지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수없이 생각을 했다. “ 내가 만일 저 게임에 참가했더라면 진수를 보여 줬을 텐데..... ” 난 자리 뺐기 게임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을 정도의 강적이기 때문이다. 홀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즘....다시 게임이 시작됐다. 근데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아매가 선발된 번호를 광동어로만 불러 준다는 것이다. 아까부터 누누히 말했지만 불행히도 광동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결국 옆에 있는 홍콩 팬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4장의 표 ( 우리 한국 팬꺼 )를 내밀며 물었다. 「 이 번호 맞아요? 」 긴 생머리를 한 홍콩팬은 이 번호는 아니지만 번호가 나오면 일러 주겠다고 다짐을 했다. 8명 가까이 선발돼 무대 위로 달려나가자 난 포기를 하고 이따가 무이찌에 붙잡고 할 얘기나 생각하고 있을 때 즘... 갑자기 옆에 홍콩 팬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유인 즉 내가 가지고 있는 한 장의 표가 선발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번호......... 잊을 수 없다. 194번 결국 터질 듯 뛰는 심장을 안고 무대위로 올라 그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194번.... 보조의 말인 즉 선발된게 맞다는 것이었다. 무이찌에의 오른 편에 서서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고 있는 무대 아래 백변 친구들을 보며 V자 싸인을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나의 운명에..... 그 관대함에 찬사를 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기쁨도 잠시였다. 무슨 게임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이찌에가 광동어로 어떤 단어를 말하자 갑자기 선발된 9명 ( 나를 제외하고 ) 우르르 무대 아래로 달려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이 돌발 상황에 멍청히 서 있으면 바보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서둘러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무이찌에 곁으로 다가갔다. 「 무이찌에, 난 광동어 못해요. 」 무이찌에는 내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약 2초 정도.........심장이 주체하지 못하고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내가 10여년을 하루 같이 그리워한 무이찌에가 바로 내 앞에서 내 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약 2초가 흐르자 무이찌에는 내게 옆으로 다가 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내가 무이찌에 곁으로 다가서자 은은한 화장품 냄새가 풍겨 왔다. 그녀는 내가 북경어를 할 줄 아니 종이에 쓰여진 글자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글자는 대게가 순순한 광동어 단어로 북경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 였다. 내가 고개를 가로로 흔들자 무이찌에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조들은 자기들끼리 잠시 회의를 하더니 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말했다. 「 죄송합니다. 이 게임은 참여 할 수가 없겠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 나는 한편으로는 무척 아쉬웠지만 광동어를 못 알아듣는 나를 스스로 자책하며 아쉬움을 감추고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이찌에와 그녀의 측근들이 우리를 많이 배려해 준 것은 사실이었다. 광동어를 못하기는 것을 알고서는 행사의 진행 사항을 알려 주곤 했기 때문이다. 홍콩 팬들이 무이찌에가 불러오는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자 난 약간 시샘이 나기 시작했다. 한 홍콩 팬이 내게 광동어로 자신이 구하지 못한 물건을 말했다. 아마 그것을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 안경이나 가죽 신발로 생각이 되지만.... ) 난 그냥 웃으며 바라보았다. 내 심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영어나 북경어로 물어서 줄래면 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미소만 지었다. 사실 심술이래기 보다는 홍콩 팬들은 그만큼 무이찌에를 접하고 만날 기회가 많은데 이런 자리까지 독차지 한다는 것이 그래서 우리 한국 팬들은 변경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골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가 광동어를 못해 불리 한 것처럼 너도 잠시 나마 불리함을 겪어 보아라......... 이것이 내 그 당시 생각이었다. 나를 심술 맞다고 할 것인가?? 그래도 좋다.



여하간 게임이 모두 끝나고 팬들이 하나씩 무대 앞으로 나가 무이찌에를 만나 선물을 건내고 사진을 찍었다. 나도 잽싸게 그 줄에 껴들었다. 사실 원래 각 테이블 마다 번호가 있어서 그 번호를 부르면 해당되는 사람들이 나와 무이찌에에게 선물을 건내는 그런 차례가 있었다. 그러나 광동어를 못 알아 듣기 때문에 절대 알 턱이 없었고 테이블 번호를 무시하고 나온 홍콩 팬들은 돌려보냈지만 기쁘게도 나는 돌려보내지 않았다. 진행 요원이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는데 그것이 아마도 테이블 번호가 아니니 돌아가라는 말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 내가 광동어를 못해 무대에서 그냥 내려 간 것을 알고 있는 보조는 그냥 줄을 서서 만나도 좋다는 말을 했다. 그녀가 북경어로 말을 했기 때문에 나는 알아 들을 수 있었고 감사의 표현을 잊지 않았다. 드디어 내 차례................ 심장의 소리도 주위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환한 조명아래 웃고 있는 무이찌에의 모습만이 들어 왔다. 나는 무이찌에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내가 인사를 하자 무이찌에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팬클럽 대표입니다." 나는 말했다. 무이찌에는 기다렸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 한국에서요? 』"네, 뵙게되서 영광입니다." 나는 정중한 인사를 마친 후 무이찌에가 내미는 손을 떨리는 마음으로 살며시 잡았다. 그리곤 정중히 우리가 준비해간 선물을 건냈다. "이것은 우리 팬클럽에서 준비한 선물입니다. 당신의 모습과 똑같이 만든 인형이예요. 한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내 얼굴과 똑같이 만든 인형이라구요 ?』"네," 『 정말요? 』 무이찌에는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운영진이 준비한 선물을 하나 더 건냈다. "하나 더 있어요." 사실 그녀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매우 정중하게 내가 건내는 선물을 받아 주었다. ( 약간 무릎을 굽히며 고맙다는 가벼운 인사와 함께....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무이찌에는 선물을 모두 가슴에 안은채 나에게 옆에 와서 서라는 눈짓을 해보였다. 나는 얼른 옆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고 무이찌에는 보조가 들고 있는 내 카메라를 바라 보았다. 내 쪽을 향해 약간 고개를 기울여 주는 무이찌에의 모습에 나는 내심 감동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선물을 보조에게 건냈다. 보조는 우리의 선물을 선물 상자에 담았다. 『 한국에는...... 』 무이찌에가 내게 말을 건냈지만 무대 아래서 팬들이 그녀를 부르는 바람에 잠시 질문이 끊어졌다. 그래서 나는 기회를 놓칠 세라 얼른 뒤를 이어 말했다." 한국에는 약 300여명의 회원들이 있습니다." 잠시 무대 아래서 난리를 치고 있는 팬들을 바라보던 무이찌에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고정되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 진짜? 』 "네. 진짜예요." 그리고 무이찌에는 주저함도 없이 다음 말을 이었다. 『조만간 한번 한국을 방문하도록 해보겠습니다. 』 그녀의 그 말에 나는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지 가슴이 뭉클해 졌다. 내가 먼저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먼저 한국에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감사 표현을 하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너무 기뻐요." 무이찌에는 계면적은 듯 말했다. 『 괜찮습니다. 』 그리곤 무이찌에와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나눈 후 무대를 내려 왔다. 팬클럽 간부로써 해야 할일을 완수 했다는 후려함과 10여년을 그리워한 무이찌에와의 독대의 설레임을 가슴에 담고 자리로 돌아오는 나는 걷고 있어도 걷는 것 같지 않았고 피곤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내가 돌아오자 같이 간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고 난 기쁨에 가득차서 또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말했다. 그리곤 몇 분이 흘렀을까.. 약간 흥분이 갈아 앉고 나자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말 타면 경마 잡고 싶다고, 만난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팬클럽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난 무이찌에에게 편지를 썼다. 정식으로 준비해서 쓴 것이 아닌지라 예쁘거나 좋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팬클럽 주소와 나의 멜주소를 정성스레 적었다. 앞으로 우리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불모지인 한국에서 많은 팬들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무이찌에를 더 알리는 역할을 충분히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우리 팬클럽 대표 4명중 3명이 참석한 이번 생일회에 나머지 대표들도 함께 소개를 해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어떡해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 때 까지 무이찌에 코앞에서 내내 소리를 질러대고 있던 영아가 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빨리 달려오더니만 급하게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분위기 상 뭔가 중요한 일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나머지 운영진을 데리고 무대 쪽으로 다가갔다. 무이찌에가 다시 한번 우리를 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였다. 사실 영아가 얼마나 무이찌에에게 「 Give me chance!!」 라고 떠들어 댔는지 모른다. 세계 각지에서 300여명의 팬들을 일일이 만나 주느라 무이찌에는 정신이 없었을 터이지만 그녀의 애타는 외침을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결국 다시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게 되자 그야 말로 가슴엔 기쁨이 가득했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한국 팬클럽 대표로서 실수를 해서는 안될 것. 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주최측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 국제가미회 회장 ) 한국에서 온 팬클럽 대표들인데 무이찌에를 한번 더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고 그녀는 우리에게 서둘러 자리를 내주었다. 다시 무이찌에 앞에 나가게 된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이찌에의 앞에서서 더욱 큰 목소리로 「 이 사람들 역시 한국 팬클럽 대표들입니다. 무이찌에를 만나고 싶어해요. 」라고 말했다. 무이찌에는 우리 운영진 모두를 한번 돌아 보더니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대표로 Hasmin 회장을 무이찌에에게 소개를 했다. 「 이 분이 우리 팬클럽의 회장이예요. 그리고 저는 팬클럽의 통역원이고 나머지는 각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운영진 입니다.」 무이찌에는 Hasmin 회장에게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했고 나머지 운영진에게도 인사를 건냈다. 그리곤 기념 사진을 찍고 잠시 Hasmin 회장을 바라 보고 있던 무이찌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물었다. 하지만 장내는 너무 너무 시끄러웠고 무이찌에의 말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들리는 것이었다. 무이찌에가 말을 시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얼른 「 저도 감사드립니다. 」 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무이찌에는 고개를 가로졌더니 좀더 큰소리로『 그게 아니라 “ 감사합니다. ”란 말을 한국어로 어떻게 하죠?』라고 물었다. 나는 얼른 또박 또박 큰 목소리로「 감 사 합 니 다. 」라고 말해 주었고 무이찌에는 다시 Hasmin 회장을 바라보며 『감사합니다. 』 라고 말했다. 사실 무이찌에는 나에게 묻지 않아도 “ 감사합니다. ”라는 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미 무대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혹시 발음을 틀리게 하거나 실수라도 하게 되어 우리를 실망시킬까 염려를 해 되물은 것이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 무이찌에와 악수와 헤어짐에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무대에서 내려 왔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였지만 그녀는 한국에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 우리는 멀리서 온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세심한 배려는 해주는 무이찌에를 만나게 됨으로 정말 기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팬들과의 만남을 마친 무이찌에는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주었다. 상해 콘서트를 몇 일 앞두고 있어서 목소리를 아끼느라 노래를 부르지 않을 생각이였지만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팬들을 위해 약 6곡의 노래를 선보였다. 가라오케 반주로 노래를 불렀는데 우리는 정말 깜짝 놀랐다. 가라오케의 반주는 진짜 밴드에 비해 반주가 약하다. 그 반주 소리를 무이찌에의 엄청난 성량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분명 무이찌에는 목을 아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환상적이였다. 장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던 행사장 직원들도 모두 손을 놓고 무이찌에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환호와 박수 그리고 무이찌에의 웃음....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곤 헤어질 시간이 다가 왔다. 몇 시간을 내내 서 있느라 무이찌에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나는 들고 있던 싸인지를 내밀기 미안했고 꺼냈던 것을 다시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우리는 무이찌에의 배려와 사랑을 충분히 느꼈고 받았기 때문이였다.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환호와 아쉬움으로 내년을 약속했다.



무이찌에가 파티장을 떠난 시각이 거의 9시 40분 이였다. 마카오는 홍콩까지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 서둘러 출발하지 않으면 이국땅에서 낙동강 오리알 되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서둘러 국제팬클럽 진행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북경어로 언제 출발해야 되는지 물었고 그녀는 친절하게 지금 건물 밑으로 내려가면 아까 타고 왔던 버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답했다. 나는 나머지 운영진을 서둘러 챙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의 차창뒤로 보이는 마카오 타워를 보며 난 무이찌에를 만났던 그 감격스런 순간과 그녀의 표정하나 하나 내게 했던 말 하나하나를 가슴에 담고 더욱 열심히 활동하여 내년에는 더 많은 한국 팬들을 데리고 가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그리곤 운영진들과 내일 오후에는 무이찌에네 집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어오자고 말했다. 모두 흔쾌히 대답하고는 쓰러지듯 의자에 고개를 파묻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AnitaMui Korea Fanclub   
- written by Shi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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